학연으로 만난 유니티 개발자 한 명과 같이 협업하며 실제로 출시 가능한 게임을 개발하기로 했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작병을 앓고 있지만...
우선은 협업 방식에 대해 알아보고 작은 것이라도 완성해보고자
플레이타임이 10분 채 되지 않는 간단한 2D 게임을 하나 개발하기로 했다.
아래의 기획서 설명은 기획서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 아래 작성된 게임 기획서는 '기획서는 이렇게 써라' 라고 제시하는 것이 아닌,
아직 한참 배울게 많은 내가 답습용으로 작성한 못난 기획서임을 알린다.
나는 아직 배울게 너무나 많은 초보 기획자이다.
도망런 게임 기획
기획서는 노션에 작성했다.
노션에 작성한 이유는, 팀원들의 실시간 확인 및 피드백이 간단하며 글 작성 방식 또한 마크다운으로 간단하게 쓸 수 있어 선택했다. 이제는 워드 문서에 게임 기획서를 쓰고, 이메일로 공유하는 시대는 완전히 끝난 것 같다.
나는 예전부터 어떤 게임을 개발하든, 가장 먼저 장르와 소프트웨어가 돌아갈 플랫폼을 먼저 정하고 있다.
2D 횡스크롤 러닝 액션 게임 장르에 모바일(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정하고 나선,
개발 협업을 위해 유니티 버전 하나를 확실히 정해두고 컨셉아트를 제작했다.
다시 짚고 넘어갈게 있다면, 이 프로젝트는 굉장히 소규모 프로젝트이다.
맨 땅에 기획부터 시작해서 빌드 완료까지 예상 기간이 2~3주 안 되는 짧은 기간이고, 실제로 딱 그 정도 소요됐다.
그래서, 기획서를 굳이 여러 문서로 분할하지 않고 한 문서에 통합하여 작성했다. 이는 작성 편의성을 위함이다.
하지만 확실히 현업 게임 기획서부터, 인디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볼륨이 있는 기획서라면 게임의 컨텐츠 개수에 맞춰 기획서를 분할하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 프로젝트도 작성 편의성을 위해 한 문서에 적었지만, 시간이 지나 기획서를 수정할 일이 계속해 생기면서 진작 분할할걸... 하고 조금 후회했다. 이후로 이 <도망런> 게임보다 규모가 조금이라도 더 크다면 한 문서에 기획서를 전부 몰빵해 적어버리진 않을 것 같다.
게임 기획서는 게임 이용자가 보는 것이 아닌, 개발자들이 보는 문서이다.
따라서 항상 개발 친화적이어야 하고, 실현 가능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하며, 가독성이 좋고 설득력이 있게 작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장르 다음으론 바로 게임 방법에 대해 적었다.
다짜고짜 이 게임엔 무슨 컨텐츠가 있으며 무슨 기능이 있고 어떤 확률이 존재하며... 를 마구잡이로 적어대는 것 보다는,
이 게임은 어떠한 게임이며 이러한 곳에서 재미를 느끼는 게임입니다! 를 먼저 적어야 이후의 기술 내용도 이해가 더욱 간단해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로 위의 게임 방법과 같은 맥락으로, 게임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기술했다.
지금까지의 공통점이 있다면, 볼드체와 텍스트 컬러를 최대한 활용하며 적었다.
이는 게임을 개발하고자 하는 개발자가 기획서를 한글자 한글자 모두 꼼꼼하고 세세하게 읽지 않을 걸 알기에,
딱 볼드체가 쳐져있는 부분만 읽어도 대략적인 문맥이 알아서 파악되도록 만들어 둔 장치이다.
그런데 저 게임 진행 문서엔 일반 텍스트 반, 볼드체 반이라 의미가 없어진 것 같다...
다음에 기획서를 작성할 땐 정말정말 중요한 곳에다가만 볼드체를 쳐두려고 한다.
그 이후부터 개발자가 개발해야 하는 실질적인 오브젝트와 컨텐츠에 대해 기술했다.
여기서부턴, 실제로 코딩을 하는 개발자가 어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며, 어떤 수치를 변수로 만들어둘지를 염두에 두며 개발 친화적으로 작성했다.
게임 기획자는 기획은 물론이고, 코딩, 개발, 작곡, 아트를 비롯해 각종 여러 분야를 모두 잘 할 줄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이러한 기능이다, 라며 추상적으로 적어버리면, 그 기획서를 보게 될 개발 팀이 굉장히 어려워진다.
어떤 음악이 재생되어야 할지 추상적으로 적어버리면, 그 기획서를 보게 될 작곡 팀이 굉장히 힘들어진다.
일러스트, 3D 모델링, 이펙트, 애니메이션, 외에 플래너들부터 세세한 기획자들까지 모두, 자기 직종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고 명쾌한 기획서가 최고의 기획서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글을 잘 쓰진 못했다.
기획서를 작성하는 방법, 문장을 작성하는 방법, 가장 이해하기 쉬운 문장 순서 등도 모두 고려한 잘 써진 기획서를 위해 더욱 공부하고 배우며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이후엔 UI/UX가 어떻게 배치되어있으며 어떠한 연출이 있을지 모두 간단한 아트로 그려 설명을 서술했다.
확실히 그림을 그려 박아두니 아무리 잘 쓴 글이라 하더라도 훨씬 눈에 잘 들어오고 이해가 명쾌했다.
플로우 차트
수많은 알고리즘 작성법들 중 그림으로 그리는 가장 유명한 방법엔 순서도(플로우 차트, Flow Chart)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 순서도는 알고리즘 작성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닌, 상태가 변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유용하게 쓰인다.
슬라이딩 중에 점프를 누르면 어떤 액션이 취해질지, 장애물에 부딪친 직후에 2단 점프를 시도하려 하면 어떻게 될지,
이와 같은 사항이 순서도로 작성되어 있다면 프로그래밍에도, 유니티 애니메이터 작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후 캐릭터가 띄는 상태에 따라 어떤 스프라이트가 나타날지 간략하게 그려주면, 개발자가 에셋을 구할 때도 최대한 조건에 만족하는 에셋을 구하기 쉬우며 아트팀이 존재한다면 스프라이트 콘티를 작성하기에도 편할 것이다.
이후엔 드릴, 장애물 등 게임 내에 등장하는 요소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작성했다.
장애물 패턴을 총 20가지를 그렸는데, 밑에 잠깐 짤린 패턴 그림만 봐도 갑자기 퀄리티가 급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건... 장애물 배치 및 프리팹 생성을 내가 도맡아서 그랬다.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배치하고 프리팹을 만들어두면, 개발자가 알아서 랜덤하게 인카운트하도록 스크립트를 작성해둘 것이기 때문에, 너무 세세하게 고퀄리티로 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이다.
물론, 조금이라도 규모가 더 커지고 인력이 많아지는 게임에선 절대 그래선 안되겠지?
이후 아이템의 등장 로직이나 스코어, 효과 등의 수치 테이블도 간략하게 적어놨다.
주인공의 이동속도, 점프력, 무적 시간, 스턴 시간 등도 모두 수치화해서 기획서에 적어두었는데, 이 사항에 대해선 실제로 게임 제작 후 테스트 및 밸런싱을 진행하며 꽤 많이 수정됐다.
역시 머릿속에서만 만들어두고 기획서로 작성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구체적인 수치와 레벨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물
그렇게 만들어진 기획서로 성공적으로 개발이 완료됐다.
세세한 디버깅 및 테스트 작업 후, 주변 지인들에게 알파 버전을 보내 테스트를 요청한 후 받은 피드백을 모두 적용한 뒤에 실제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출시할 예정이다.
게임 기획 소감
사실은 처음 게임 기획서에 작성한 것이 그대로 완성품에 반영된건 많지 않았다.
작성했지만 실제로 개발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기획서에 적는다고 적었지만 개발자에게 제대로 이해되지 않아 말로 설명한 부분도 많았다. 이는 아직 내가 게임 기획서를 작성하는 것을 어색해하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 게임을 만들었던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이다. 그 당시에 코딩 학습용 소프트웨어인 '스크래치'가 같은 초딩들 사이에서 유행했고, 열심히 블록 코딩으로 게임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엔 게임메이커 8.0(GMK)이라는 유명한 게임 개발 툴로, 그 이후엔 게임메이커 스튜디오2(GMS2)로 게임을 개발했었다. 이 때까지 모두 1인 개발이었고, 솔직히 게임이라는 단어가 붙기엔 너무 초라한 작품들이었기 때문에 기획서같은게 전혀 필요 없었다. 그래서 게임을 제작할 때 기획서를 작성하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고 어렵다.
하지만, 이 기획서가 없었더라면 이 게임이 이렇게 순탄하게 완성됐을 것이라곤 생각하기 어렵다.
게임을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기획과 기획서는 정말 개발 및 코딩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와 동시에, 내가 기획하고 작성한 게임이지만 보면 볼수록 참 아쉽게 작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업은 재미있었다!
게임 디자인, 레벨디자인, 밸런싱, 장르의 혼합, 재미있는 컨텐츠 아이디어, 연출, 글 작성 하나같이 아직은 정말 배울게 많은 단계이지만, 조급하지 않고 하나씩 배워가며 실제로 게임을 기획해보고 문제를 맞닥뜨려보면 더 좋은 기획서를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기획과 기획서인 만큼 아예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꼬집는 피드백 게시글도 써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엔 더 나은 기획을 하리라 다짐하며, 부족한 기획서임에도 센스있게 프로그래밍을 완료해준 프로그래머 형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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